환계(還戒)
이원규
벼락처럼
천길 벼랑의 폭포수처럼
한번 날아오른 철새는 뒤돌아보지 않는 법
다시 길을 떠나며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 죽고 싶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산중 촌로로 돌아가 배추농사를 짓고 싶다더니
환갑 넘어 기어코 환계라니
가출에서 출가로 다시 출출가로
운수납자의 길이 처음처럼 늘 그러했듯이
출처어묵(出處語默)의 팽팽한 날들이여!
칠팔십 할머니 보살들에게 절 받는 게 부끄러워
이제 그만 대접 받는 중노릇이 싫어
승적을 반납하고 어색했던 주지 소임도 내려놓고
삼각산 화계사 부처님 두 손에
저잣거리의 허명과
가사장삼마저 훌훌 벗어 되돌려주었으니
은산철벽(銀山鐵壁) 단숨에 박살이 나고
중다운 중으로 무문관(無門關)을 넘나드니
환계야말로 진정한 입산 출가 아닌가
삼보일배로
이미 다 닳은 무릎 연골은
절뚝절뚝 온몸 삐걱거리면서 빛나는 사리요
오체투지로 더욱 침침해진 두 눈이야말로
마침내 살아 청청 진신사리가 아닌가
스님, 수경 스님
대체 어디쯤에서 홀로 여여하신지요
생사의 한 생각은 이미 다 이루어지고
모두들 맨발로 기다리고 있으니
훨훨 돌고 돌아 강변의 철새 도래지로 오시고 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