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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속도로 흐르는 강, 낙동강에 다녀오다
  글쓴이 : 생명연대     날짜 : 10-03-31 13:28     조회 : 977    

3월의 마지막 일요일, 지리산을 떠나 생명의 낙동강을 파헤치고 있는 함안보 공사현장을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만신창이 강을 보러 가는 길, 그래도 길가에 꽃은 피어 봄을 알리고 있고, 두시간 남짓 지리산-진주-함안을 지나, 창아지마을에 도착했다.  

 

창아지 마을 입구 (사진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sos4river

창아지마을은 경남 창녕군 남지읍 아지리에 위치한 마을로, 이 마을 입구부터 남지까지 이어지는 3km 남짓의 옛길을 걸었다. 마을사람들이 2,7일 남지장을 보러 다니던 벼랑따라 자리잡은 소롯길은 잊혀졌다곤 하지만 지금도 50cm 정도 폭의 걷기 좋은 길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개비리길"이라 불리는 이 길은 물가 옆 벼랑길이란 뜻이다. 낙동강과 가장 가까운 길이라 해도 좋을 만큼 강과 딱 맞닿아있다. 그 옛날에는 이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다녔을 정도로 왕래가 잦았다고! 버드나무 물이 한창 오른 초입을 들어서면 길옆으로 마삭줄이 초록잎을 자랑하고 있다. 물가로 내려서면 거슬러 올라가기에도 벅찬 가물가물한 시절, 공룡이 남긴 발자국도 찾을 수 있다.  

 

준설 중인 낙동강(사진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sos4river)

아름다운 이 길이 없어진다했다. 낙동강 모래를 파서 옮기기 위해 지방도로 개설 계획이 세워져 있다고. 도로가 만들어져도 지금보다 10분 정도 빨라질 뿐이라 했다. 요즘 전국의 지자체가 부러 돈을 들여 걷는 길을 만들고 있는데, 이 아름다운 옛 삶의 흔적길이 없어진다한다. 원래 있던 것을 없애고 부수며, 새것을 만들고 있는 정부나 지자체는, 언제나보면 뻘짓하는데 돈을 쓰고 있다.  

 

마삭줄 이어진 개비리 길

대숲을 지나 계속 가면 감나무 과수원과 키 큰 미루나무와 넓은 흙길이 나타나고 낙동강과 남강의 합류지점인 남지읍 용산마을을 만난다. 합류지점에, 낙동강살리기 19공구사업현장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부끄럽지 않니? 살린다는 표현이?  

 

남강과 낙동강의 합수지점

얼마 전 낙동강 공사현장에서는 준설토 적재(강바닥을 파낸 흙 쌓기)를 위해 피땀 흘려 키운, 채 자라지도 못한 마늘을 뽑아냈다. 작년까지 밀을 키우던 밀밭은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 감나무는 다 물에 잠길 것이다.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고 계약서에 도장찍게 한 후에 이 땅에 다시 농사지을 수 없다하면 그 많은 농민들은 다 어디로 가란 말인가!

 

함안보 공사현장

개비리길을 걷고 난 후 함안보공사현장으로 향했다. 함안은 지대가 낮아 4대강 사업을 하면 침수피해가 우려되는 대표적인 지역이라고 했다. 지금도 침수피해를 막기 위한 제방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곳이 함안이다. 함안보는 이미 다 지어진 것처럼 보였다. 4대강 곳곳에서 24시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무서운 이야기도 들었다. 스스로도 부끄러운 짓임을 아는 듯(과연?), 뭇사람의 눈에 안보이면 그만이라는 듯 장벽을 세워 도로에서 공사현장을 볼 수 없도록 막아뒀다.  

수륙대재에 함께 한 사람들

불교 의식 수륙재(물과 육지에 있는 고혼과 아귀를 위하여 올리는 재)에 함께 하기 위해 함안보현장 옆, 낙동강 모래사장에 모였다. 아직 이곳은 아슬아슬하게 강변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 날 모래톱은 포크레인 소리가 아니라 흙을 만지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초롱초롱 눈동자와 함께했다.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에서 답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인가?  

낙동강 모래사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어머니 지리산이 어머니 낙동강을 만나러 간 길에서 예전에 읽은 기사가 생각났다.

"안동에서 부산까지 흐르는 시간이 사람 걷는 속도와 비슷한데, 낙동강에 10개의 보가 생기면 어떻게 되겠어요?(20090707 국제신문)" 

강은, 자연은 본디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본성이 있다. 자연을 거스르는 문명에는 대안이 없다. 지금은 낙동강, 지리산의 얼룩새코미꾸리가, 꼬치동자개가 멸종위기종이지만 우리를 향해 "그 다음 멸종위기종은 너야!"라고 하는 그들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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